자전거는 왜 타는가?
사람들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한마디로 '자유' 때문에 타는 것 같다.
내 길을 나의 패이스대로, 내 힘으로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는 삶의 의미를 좀더 명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공학이 계속 발전하면서 자전거에도 점점 더 좋은 기술이 적용되어 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야 좋은 일이지만
때로는 그 기술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생기고,
어느 순간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인 '자유'를 포기해야 할 때도 생긴다.
그중에 indexed shifting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기어비를 회사에서 제공한대로만 사용해야 하고 호환성이나 개성은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 기술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산 이후로 단 한번도 쓰지 않을 코그를 돈 주고 사고 있다.
솔까말 생활용 자전거의 변속은 뒷쪽 5단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자전거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은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는 것과 내리막에서 페달링을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
내가 교통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래처럼 34,46T 체인링에다가 11-19T면 충분한데
요즘시대에 적당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8단에 11-19T로 생산되는 스프라켓은 눈씻고 찾아볼 수 없다.
아래는 간단히 기어비를 계산해본 것이다.
까만 숫자가 기어비고 파란숫자는 기어 한칸 이동시 발생되는 차이에 100을 곱한 것이다.
이 숫자는 체감상 20정도가 적당해서
30을 넘으면 간격이 크다고 느끼게 되고, 반대로 12 이하가 되면 변속을 했다는 느낌이 별로 안오게 된다.
예전(90년대)에 53-39T 체인링이 유행할때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모두 TDF선수가 아닌데 왜 그렇게 무식하고 큰 체인링을 써야 한단말인가.
난 아무래도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 컴팩트 체인링을 찾았었다.
그리고 그후 어느순간 컴팩트 체인링은 유행을 타게 되었다.
현재 나로서는 교통용으로쓸 체인링은 34-46T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기어비 50-11T 조합은 내리막에서도 전력으로 달려야 하는 대회에서나 쓸 것이지 혼자 교통용으로 탈 때는
도무지 쓸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34-23T 조합도 역시 길고 가파른 업힐에서나 쓸 것이지 교통용으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기어비를 만들려고 하면 결국
Indexed Shifting이라는 기술과는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시간동안 고독한 세팅을 거쳐야만 한다.
50-34T 체인링. 46-34T 체인링으로 바꿀 것이다.
나만의 8단 11-19T 커스텀 스프라켓 조합.
11,12,13,14,15,16,17,19T 낫장으로 조합한 것이다.
인덱스드 쉬프팅의 안락함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다.
규격에 맞는 것만 쓰라고 하는 시마노의 경고는 개나 줘버리자.
산악용 디레일러에 로드용 숏케이지를 결합하여 만든 나름 커스텀 디레일러.
지난 몇년간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해주고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이 기어 조합의 전체 capacity가 (46-34)+(19-11) = 20 밖에 되지 않으므로 숏케이지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지가 길어지면 그에 따른 무게와, 체인의 출렁거림, 변속트러블의 가능성이 모두 커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짧은 것이 대부분 유리하다.
오랫동안 나의 동반자가 되어온 시마노의 (무려) 썸 프릭션 쉬프터
10년전만 해도 막자전거에 흔히 사용됐지만 지금은 돈주고도 못산다.
저기에 나만의 인덱스드 기술이 적용되었다. 하얀 눈금끼리 맞추면 뒷디레일러 풀리와 코그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저 인덱스드 기술에 상당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낀다.
결국 이번에 프레임을 바꾸면서 앞디레일러의 호환성 문제가 생겨버렸다.
엠티비용 3단 쉬프터는 트림펑션(trim function)이 없기 때문에 마찰음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말이야 그럴듯한 트림펑션이지만 실은 인덱스드 기술의 무식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 유명한 암스트롱께서도 한참 동안 앞변속은 컨트롤레버 대신 간지나는 다운튜브 쉬프터를 사용해주셨다.
아마도 시마노는 암스트롱 때문에 트림펑션을 개발했지 싶다..
Microshift 사의 SL-A09 전격 구입.
나는 인덱스드와 프릭션 모드 선택이 가능한 SL-T09 를 주문했는데
중국놈들이 값싸고 인덱스드밖에 안되는 SL-A09를 보냈다.
아무래도 속여파는 것 같다.
해외주문으로 20일이나 기다려서 받았는데 환불하려면 또 한달을 기다려야만 한다ㅠ
결국 나는 환불 대신 할인을 요구해서 일정금액을 돌려받았다.
나쁜놈들.
내가 필요한 것은 프릭션이지 인덱스드가 아닌데 어떡할 것인가?
이게 인덱스드 전용이라지만 나는 프릭션 모드로 개조할 자신이 있었으므로 일단 분해했다.
저기 위쪽 왼편에 인덱스드 쉬프팅을 위한 구슬 두개와 홈이 파인 스패이서가 보인다.
저 핵심 부품을 교환하고 마찰되도록 바꿔주기만 하면 개조는 끝날 것이다.
이게 다 나쁜 중국놈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단 앞변속기만 교체. 현재까지 잘 작동하고 아울러 무게도 줄였다.
아무래도 콘트롤레버는 프릭션 쉬프터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라이딩 자세에서 바라본 모습.
내친김에 뒷변속기까지 교체
여기에 다시 나만의 인덱스드 기술 적용.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애정을 들여가며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자전거를 보니 뿌듯하다.
그런데 좀 문제는 나만 뿌듯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거 한다고 누가 먼저 칭찬해주지 않는다.
이런거 타고 다닌다고 누가 먼저 알아봐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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